행랑채에 앉아 임하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들으면 ‘당신은 왜 그렇게 번잡한 세상에서 아옹다옹 살고 있는가’라는 외침이 귓가를 감싸는 것 같다.
종가를 지탱해온 대들보를 안아보니 국제통화기금(IMF)의 고통, 실직의 쓰라림, 부도의 아픔 등이 한꺼번에 쓸려내려가는 것 같다.
3백여년 동안 내려온 종가 음식은 어떨까. 깐깐했던 조선사대부들이 하루 세번 받았던 밥상을 직접 받아본다. 산에서 종부 이순희씨가 직접 캐온 취나물 참두릅 깨두릅 당귀 무침에 고등어 자반, 병어 조림…. 전통방식 그대로 담근 된장은 보너스.
저녁상을 물린 뒤 전통 다기에 우려낸 향긋한 녹차로 입안을 헹군다. 밖엔 휘영청 둥근 달이 뜰을 비추고 있다.
장작불로 후끈후끈하게 데워진 온돌방에 몸을 눕힌다. 나그네의 노곤함이 스르르 풀리며 졸음이 밀려든다.
아침 8시. ‘땡그랑 땡’ 청아한 종소리가 집안을 흔든다. 아침식사 알림종.
시인 구상은 ‘어느 피서여행’에서 이곳의 정취를 이렇게 읊었다.
‘나는 아름드리 기둥이 버틴 대청/안락의자에 눕다시피 앉아서/산바람과 숲향기에 함빡 취하여/창작은커녕 먼산 바라보기로/옹근 이틀 낮을 멍하니 보냈고//…//늙은 시인의 호강! 이에서/무엇을 더 바라랴.’
〈안동〓김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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