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8시. 어민 차응관씨(52·인천 남구 용현동)는 인천 연안부두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통발(통안에 미끼를 넣어 낙지나 꽃게 등을 잡는 어구) 앞에 서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 통발 좀 보세요. 고등어 미끼가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죠. 새것인데도 폐어구로 간주해 마구 수거해온 겁니다.”
인천시 해양경찰서 인천닻자망협회 등은 18일 낮 12시반경 어선 53척을 동원, 연안부두에서 1백㎞ 정도 떨어진 덕적도 서쪽 해역에서 폐어망 등을 수거하는 이른바 ‘바다청소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인천시와 옹진군은 어업지도선을, 해양수산부는 직원을 파견했고 인천해경은 함정을 동원해 바다청소 선박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캠페인에 동원된 선박들은 바다를 청소한게 아니고 통발 어선들이 이날 새벽 설치한 통발 7천여개를 수거, 연안부두로 실어왔다.
통발 어민들은 “통발이 새것인지 못쓰게 된 쓰레기인지 육안으로 금방 식별할 수 있는데도 바다청소에 나선 사람들은 통발 어업을 하지 못하도록 4시간여 동안 무조건 통발을 끌어 올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청소에 나선 사람들이 소형 닻 70여개를 동원, 통발 어구 등을 끌어 올리는 과정에서 통발 줄이 엉키자 이를 끊어버려 통발 1만6천여개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날 행사는 쓰레기를 청소하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가 오히려 쓰레기를 만들고 돌아온 셈.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통발 협회 소속 어민들은 19일 오후 인천시를 방문, 항의하고 법적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통발 협회 회장 김봉실씨(54)는 “이번 ‘사고’로 통발 어민들은 1억6천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보았다”며 “통발을 설치할 수 없는 특정해역에 들어가 조업을 한 것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사전경고도 없이 통발 어구를 못쓰게 만든 처사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 수산과 관계자는 “특정해역에 통발을 설치한 것은 조업위반”이라며 “특정해역에 대한 홍보를 충분히 하지 못해 통발 어민들에게 재산상의 피해를 준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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