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지난달 마련한 영상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정지영감독(52)은 긍정평가했다. 정감독은 사회비판 영화에 남다른 애착을 가져 빨치산을 다룬 ‘남부군’, 월남전을 소재로 한 ‘하얀전쟁’ 등을 선보였으며 80년대 이후 검열철폐운동을 주도해온 인물.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다룰 영상관계법안은 현행 4단계인 영화심의 등급을 5단계로 세분화하고 완전등급제(내용의 삭제 수정을 요구하지 않고 심의후 등급만 매기는 제도)를 실시하는 내용이다.
―법이 바뀌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제도가 바뀌더라도 유무형의 압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젠 영화인들의 책임이지요. 제도가 완비됐는데도 영화인들이 압력에 굴복한다면 스스로 창작의 자유를 포기한 것입니다.”
―앞으로 정치권력층보다 이익집단들의 압력이 거세질 것 같은데….
“맞는 말입니다. 우리 사회는 자신의 모습이 좋지않게 그려진 영화를 아직 포용하지 못해요.”
―완전등급제가 실시되면 판정결과에 대한 논란도 많겠지요.
“심의위원들의 시각에 따라 등급이 천차만별이 될 겁니다. 부당한 판정에 대해서는 영화인들이 항의해야죠. 심의위원들도 앞으로는 사회분위기에 맞게 시각을 교정해야 합니다.”
―검찰이나 안기부 등 권력집단 비리를 파헤치는 영화가 국내에서도 나올까요.
“그동안 (영화감독들이) 권력기관에 대해 한번도 맞서지 못했습니다. 검열이 몸에 밴 감독들은 여건이 바뀌어도 권부의 비리를 다루지 못할 겁니다. 때묻지 않은 신진 감독들을 중심으로 그런 영화가 점차 늘어나겠지요.”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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