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의 퇴진은 인도네시아의 민주발전을 위해 크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인도네시아는 2억의 인구와 엄청난 자연자원을 가진 나라이면서도 그동안 절대권력자로 군림해온 수하르토 치하에서 낙후를 면할 수 없었다. 그런 인도네시아가 사회 모든 계층이 참여한 시민혁명을 통해 독재권력을 몰아낸 것이다. 이번 항거가 비록 약탈 방화 등 파괴적 행동 때문에 다소 오점을 남겼지만 부정한 정권에 맞서 맨손으로 싸운 국민의 용기와 정신은 높이 살 만하다.
수하르토의 퇴진은 동남아 전체의 정치 경제적 안정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 나라의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급기야는 이웃 나라들까지 엄청난 피해를 보게 한 장본인이 바로 수하르토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하르토가 계속 집권에 연연했다면 인도네시아의 불행은 물론 그것이 지구촌에 미칠 영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수하르토에게 등을 돌렸던 국제사회는 이제 인도네시아의 민주화를 위해 적극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찾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앞길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상황은 86년 마르코스정권 붕괴 직후 코라손 아키노가 국민적인 지지 속에 평화롭게 정권을 인수한 필리핀의 경우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정국을 수습할 리더십 부재가 문제다. 총선이 실시될 때까지 과도정부를 이끌어 갈 하비비 새 대통령은 정치적 수완이나 능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국민적 지지기반도 없는데다 ‘수하르토의 충복’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국민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다. 권력의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군부 쿠데타 등 또다른 불상사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극심한 빈부의 격차도 사회적 갈등과 대립의 불씨로 남아 있다.
인도네시아 국민은 이제 평화로운 방법으로 민주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우선 민주질서를 회복해야 개혁에 손댈 수 있고 최악의 상태에 있는 경제도 되살릴 수 있다. 정치 사회적 혼란이 거듭되면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국민적 불만은 증폭된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슬기로운 대처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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