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구조조정의 불가피성에 비추어 어쩔 수 없는 정책선택이지만 국민으로서는 참으로 황당하고 억울한 일이다. 금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정경유착에 따른 관치(官治)금융, 그리고 정책의 실패 등이 부른 금융부실의 책임과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경제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금융구조조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금융개혁이 늦어지면 경제회생은 더 어려워지고 비용 또한 커지게 된다. 우리에게는 사실상 어떤 선택의 여지도 없다. 금융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 마련과 함께 신속하고도 단호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허탈감은 크다. 이를 달래 줄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국민이 왜 그같은 짐을 져야 하는지, 각 경제주체간 비용분담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명쾌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국민적 협조를 이끌어낼 수 없다. 우선 이같은 정부의 노력이 미흡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려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할 몇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금융기관과 금융기관의 부실을 부른 기업의 자구노력이다. 경영혁신을 통해 구조조정 비용을 줄이는 등 국민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부실을 부른 기업주와 금융기관 경영책임자, 대주주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민사상의 구상권 행사는 물론이요 재산을 빼돌리는 등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과 함께 무한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정부방침을 곧바로 제도화하기 바란다.
둘째, 구조조정자금이 제대로 쓰이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血稅)가 부실기업에 대한 협조융자나 구제금융으로 낭비되어서는 안된다. 기업이든 금융기관이든 기왕에 넘어지게 된 것은 과감히 퇴출시키는 것이 옳다.
셋째, 정부가 2000년까지 지급보증을 한 예금의 원금 및 이자의 지급보장도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부실 금융기관의 고금리 경쟁과 이에 편승한 고액예금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다.
넷째, 재원마련이 여의치 않거나 부실채권규모가 더 늘어나더라도 중앙은행 발권력에 의존하려 해서는 안된다. 공기업매각, 공공부문 예산감축, 외자도입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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