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걱정스러운 것은 그 내용이다. 우리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부문의 성장률이 마이너스 6.4%에 이른 것은 실물경제의 침몰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복합불황이 바로 눈앞에 다가온 듯하다. 향후 경제상태를 예고하는 설비투자가 40.7%나 감소한 것도 앞날이 더욱 어두울 것임을 말해 주고 있어 우울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4월중 실업자가 1백43만명을 넘어 실업률이 6.7%를 기록했다는 집계가 나와 더 암담하게 만든다.
상황이 이토록 나빠진 것은 기본적으로 내수부진에서 비롯됐다. 가처분 자산이 줄어든 판에 소비가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나쁠 줄은 몰랐다. 고통의 정도가 각오했던 것보다 더 클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외국의 전문가들은 아직 멀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국 방송의 대담프로에 나온 한 대학교수는 “한국인들은 아직 해도 뜨지 않았는데 어젯밤이 무척 더웠다고 말한다. 한낮의 더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6월 이후의 본격적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기업들의 연쇄부도와 실직자증가 그리고 내수부진과 성장후퇴라는 악순환이 바로 찌는 더위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경제난국은 어차피 우리가 짊어질 고통이며 이를 극복하는 것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IMF 반년만에 나타난 경제실상이 당초 정책입안 때 예측했던 상황보다 더 악화된 만큼 정부는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고 일대 손질을 해야 할 것이다. 가장 시급하면서 거의 유일한 경제회복 해법이 그동안 정치논리에 밀려 차일피일 미뤄왔던 각 분야의 구조조정 작업이다. 정부가 신속하고 단호하게 나서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실업문제도 그렇거니와 내수진작에도 종전의 계획보다 강화된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여론의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과소비는 안되지만 건전한 소비를 통해 기업을 도와 내수기반을 지키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다. 노동단체는 불법시위와 파업을 자제해 외자유치를 도와야 한다. 기업은 1차적 책임자로서 구조조정에 앞장서야 한다.
지금은 여건을 탓하고 있을 만큼 여유로운 때가 아니다. 반년 전 IMF초창기 때의 결심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모두가 각오를 새롭게 하고 분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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