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정권수립 초기인 46년 ‘토지개혁에 대한 법령’과 함께 ‘남녀평등권에 대한 법령’을 제정했다. 북한 지배층은 정권이 수립되기 전 사회기본질서를 장악하기 위해 이런 법령들을 만들었다. 토지법령은 소유제, 남녀평등법은 결혼과 가족제의 바탕이었다. 이어 통치기본법으로 48년 헌법을, 72년엔 신사회주의헌법을 제정했으며 종합적인 가족법이 만들어진 것은 90년10월이었다.
▼북한가족법으로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두번 결혼한 이산가족의 법적 지위를 따질 방법이 없다. 남녀평등의 전제 위에 일부일처제를 강조한 나머지 모든 형태의 중혼(重婚)을 무효화하고 있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본인이 전혼(前婚)의 해소를 밝히면 후혼(後婚)을 인정해주는 것이 자유주의 법체계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가족법상 이것이 불가능하다. 이혼도 재판소에서 사유를 받아들이는 경우에만 가능하며 협의이혼제는 58년 폐지됐다.
▼당초 북한은 자본주의 착취를 영속화시키는 것이라며 상속제도 일절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재산을 개인소지품 수준인 개별재산과 가정재산으로 나누고 개별재산에 한해 상속을 규정했다. 가정재산은 상속되지 않고 남은 ‘가정성원’이 공유한다. 이같은 상속제의 도입을 두고 북한 관영언론은 “사람들이 개인재산에 대해 아직 깊은 관심을 가지는 과도기적 특성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인간본성에 대한 자각치고는 너무 늦었다는 느낌이다.
김재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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