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난 4월 16조엔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내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수출도 주춤거리는 상태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금융빅뱅은 일본내 자금의 해외유출을 재촉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본경제 회복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엔화약세를 통한 수출 확대책은 얼마든지 검토될 수 있다. 문제는 엔화 약세가 몰고올 파장이다. 엔저(低)쇼크는 가까스로 진정되고 있는 한국과 동남아 외환시장을 강타, 제2의 외환위기를 부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엔화폭락이 직접적으로 원화환율에 영향을 미쳐 환율 금리 수입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게 된다.
수출이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가전 철강 조선 등의 40%가 해외시장에서 일본상품과 경합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원화가치의 하락폭이 워낙 커 다소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엔화 환율이 1백50엔대까지 치솟을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경제난국의 유일한 돌파구인 수출마저 위협받게 되면 우리의 경제회생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더욱 두려운 것은 엔화 약세가 중국 위안(元)화의 절하 압력을 가중시키리라는 점이다. 중국도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수출마저 지난 4월 감소세로 돌아서 언제 환율조정을 시도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의 제2외환위기가 아니라 자칫 세계공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이 점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일본경제부터 살려 놓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엔화약세를 무작정 용인할 경우 자칫 세계적 파국을 부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경제는 국제경제환경의 조그마한 변화에도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어 있다. 엔화약세와 위안화의 동향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빈틈없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외자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개혁과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마무리짓고 수출증대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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