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 ⒂]위험관리 실패한 은행-자치단체

  • 입력 1998년 5월 26일 19시 28분


글로벌화한 금융시장에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러나 좀처럼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일(시장위험) 때문에 금융기관, 심지어는 국가를 ‘한방’에 날리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베어링스 은행의 종말〓영국의 베어링스은행은 직원 한명의 파생금융상품거래가 실패하면서 95년 파산했다.

베어링스 싱가포르 지점의 닉 리슨은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 옵션거래를 하다가 3년만에 8억2천7백만파운드의 손실을 냈다. 리슨의 무모한 거래를 적발하지 못한 것은 은행측이 거래의 위험성을 몰랐기 때문.

▼오렌지카운티의 파산〓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자치구중의 하나인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는 94년 당시 시장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2백억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했다가 파산했다.

빌린 돈 중 1백20억달러를 고정이자를 받는 4년만기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금리가 내리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역(逆)금리파생상품’에 투자했던 것.

금리가 상승하는 바람에 카운티는 16억달러에 달하는 투자손실을 입었고 공무원 임금도 못주게되자 파산신청을 냈다.

▼한국의 금융기관들〓SK증권 신세기투신 주택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태국바트화와 일본엔화의 환율이 동일하거나 엔화가 절하되면 이득을 보는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5억달러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

투자 당시 바트와 엔의 환율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95∼98%로 4% 남짓의 위험에 대비하지 않았던 것이 화근. 지난해 여름 동남아 통화위기가 발생하면서 바트화는 절반 가까이 평가절하됐고 금융기관들은 그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위험요소를 제대로 알렸는지를 두고 SK증권과 JP모건사 간에 맞소송이 빚어져 사건이 서울과 뉴욕의 법원에 계류중이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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