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식은 시작됐고 별수없이 나는 주먹을 쥐고 새끼 손가락만 내밀었더니 네 아버지는 자꾸만 다른 손가락을 잡아 당기시는거야. 시간은 자꾸 흐르고 장내는 고요해지고 결국 ‘에라 모르겠다’하고 손을 쫙 폈지. 네 아버지는 그때서야 뭔가 잘못됐다 싶었는지 아예 그 반지를 내 손에 그냥 쥐어주시지 않았겠니.
황당했던 그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너를 시집보낼 만큼 세월이 흘렀구나. 그 사건의 진상을 아는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이 바로 우리의 주례선생님이자 이번에 네 결혼식 주례를 서 주실 바로 그 어른이란다.
엄마로서 또 인생의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은 결혼은 꿈도 아니요, 소꿉장난도 아니요, 연습은 더더욱 아니라는 거다. 결혼이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주고 인생이란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거야. 얼마나 멋진 작품을 만드느냐하는 것은 바로 너희가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달려 있단다.
결혼식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며 청첩장은 돌리지 않고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만 초대해서 간소하고 정겹게 치르고 패물도 약속의 증표로 반지 하나씩만 나눠 가졌으면 좋겠다는 네 청을 결국 들어주지 못했구나. 그렇게 간소하게 하기엔 엄마의 욕심을 쉽게 접을 수가 없었어.
이젠 엄마품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지. 많이 섭섭하지만 넉넉한 마음을 가진 네 신랑이 곁에 있어 마음 든든하다. 아버지 엄마에게 사랑받아 왔듯이 남편에게도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리라 믿는다.
김송자(서울 구로구 고척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