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공부할 나이에 큰 일을 치르고도 빗나가지 않고 의젓하게 가장 노릇하는 막내 아들. 고3인데 흔들리지 않고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걱정마세요. 또 엄마가 힘들어 할까봐 대학은 1년 뒤에 가겠다며 공부를 미루고 회사에 다니고 있는 셋째딸.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엄마 대신 남동생 도시락 챙겨주는 둘째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안부 전화하고 걱정해 주는 시집간 큰 딸….
여보. 애들이 있어 이젠 그나마 견딜 수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여보…. 글쎄 그 애들이 당신이 떠나간 뒤부터 엄마 몰래 얼마씩 적금을 부었대요. 지난 어버이날 금시계를 선물받고 어찌나 기특한지 눈물이 나서 혼났습니다. “엄마, 생신 때는 꼭 진주반지를 해 드릴게요. 오래 오래 사셔야 돼요.”
이런 행복을 저 혼자만 누리려 하니 당신에게 미안하군요. 항상 엄마 퇴근하기전 먼저들 집에 와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한창 놀러 다닐 나이인데도 엄마 혼자 놔두면 외롭다며 남자 친구도 만나지 않고 집을 지켜주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고 대견스러워요.
당신이 지극한 사랑으로 보살펴 주었던 그 애들이 이렇게까지 엄마를 위해주니 당신이 절 먼저 버리고 가셨어도 이 보석(자식)들이 있어 저는 행복하답니다.
저는 지금 죽는다 해도 더 바랄 것이 없어요. 다만 이 애들이 좋은 신랑, 신부 만나서 잘 살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보, 그 곳에서 보고 계시다면 이 애들이 항상 건강할 수 있도록 지켜주세요.
한교향(대구 북구 고성1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