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업 즉각 중단하라

  • 입력 1998년 5월 27일 20시 14분


마침내 파업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국민경제가 벼랑끝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파업만은 피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에도 불구하고 민노총이 결국 제1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을 자제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간곡히 설득해 온 정부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채 이틀간의 시한부 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노총의 파업은 그 자체가 엄연한 불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나라경제를 파국으로 몰고갈지도 모를 위험한 도박이다. 민노총은 지금이라도 즉각 파업을 중단하고 근로자들은 생산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경제가 위중한 마당이다. 환율 주가는 물론 생산 투자 수출 물가 등 어느 하나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다. 가까스로 진정됐던 외환위기의 재연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노총의 불법파업은 우리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환율 불안, 외국자본 이탈, 증시붕괴를 부추길 것이 뻔하다. 노사불안으로 경제회생이 늦어지면 국민은 물론 근로자들이 겪는 고통만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

민노총이 내세운 5개항의 요구조건은 한마디로 노사정(勞使政)의 협의사항일 수는 있으나 쟁의대상은 아니다.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는 제1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사항이다. 정리해고의 요건도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이를 다시 뒤집고 철폐하라는 것은 대화와 타협의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부당노동행위 근절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3개 특별대책반이 편성돼 활동 중이다. 고용안정문제도 제2기 노사정위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한다는 것이 정부방침이다. 실업대책이나 정경유착 근절, 재벌해체,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재협상 요구도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노동자 경영참가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다.

돌이켜보면 노동계도 지금의 경제난국을 초래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 10여년의 산업현장 노사갈등도 그렇지만 노동생산성에 비해 턱없이 높았던 임금상승률이 오늘의 경쟁력 약화를 부른 측면도 있다. 제조업의 단위노동 비용지수만 해도 87년을 100으로 했을 때 96년 한국은 133.7로 높아진 반면 일본은 101.9, 프랑스는 102.2, 미국은 115.9로 나타났다.

민노총은 당장 파업을 철회하기 바란다. 5개 요구사항은 쟁의의 대상이 아닌 협의의 대상인 만큼 제2기 노사정위에 들어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토록 노력해야 마땅하다. 노동계가 이번 1차 총파업에 이어 30일 다시 전국 규모의 동시다발 집회를 갖거나 내달 10일 2차 총파업을 강행한다면 국민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부도 최선을 다해 노동계를 설득하되 불법파업과 과격시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제적 위기상황에서 불법파업과 같은 범법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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