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재영/일그러진 체육교육

  • 입력 1998년 5월 27일 20시 14분


권투시합에 졌다는 이유로 학생을 공동묘지로 끌고가 ‘생매장’기합을 준 제주시 N고교 운동코치인 이모씨(28)에 대한 구속영장이 25일 기각됐다. ‘담력 증진을 위한 교육방법으로는 지나치지만 개인적인 감정이 없고 피해자측에서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이 제주지법의 영장기각 사유다.

피의자의 인권도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고 구속남발의 폐해도 수없이 지적되어온 만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의 결과에 대해 옳다 그르다 말하려는게 아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학교 체육교육 방식과 앞날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코치 이씨는 전국체육고교대항 체육대회 복싱부문에서 학생들의 성적이 예상 외로 부진하자 20일 복싱부 5명을 학교에서 제주시 공설묘지까지 10여㎞를 구보시켰다. 이씨의 승용차에는 이미 삽 2개와 곡괭이가 실려있었다. 이씨는 이미 ‘엄벌’방법을 정했던 것이다.

벌을 주고 엄하게 가르치는 방법치고는 너무 상식을 벗어난 것이 아닐 수 없다. 또 친구들에게 구덩이를 파게 한 행위도 비교육적이다.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몰아붙이는 학교 체육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일등주의’에만 매달리는 사회분위기도 이번 폭력의 한 원인이다.

우승이 폭력을 합리화할 수는없다. 묵은 사고방식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할 때다.

임재영<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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