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 금융위기 재연될듯 ▼
그동안 엔화 환율이 1백30엔대가 유지된 것은 선진국들이 엔화 환율을 일정수준 유지시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7일 끝난 G8정상회담에서 선진국들이 엔화 환율에 대한 분명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고 이번에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의 달러고(高)용인 발언으로 엔화 환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의 엔화 환율급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수출증대를 통해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한 미국측 배려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렇지만 이는 각국의 경제실리에 의해 좌우되는 냉혹한 국제관계를 도외시한 시각이다.
미국 입장에서 달러고는 장기호황에 따른 인플레와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고 미국내로 자본유입을 촉진시켜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 일본은 정책금리가 0.5%로 사상 최저수준이기 때문에 수출증대를 통한 경기회복보다는 일본내의 자금이탈을 초래해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앞으로 엔화 환율의 상승세를 제약할 수단이 있는가. 미일의 경제전망을 볼 때 지금의 상승세를 반전시킬 만한 특별한 요인이 없어 보인다. 그만큼 미국경제의 호황이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는 반면 일본 경제는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 막대한 부실채권 문제 등으로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때문에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향후 1년 내에 1백50엔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그럴 경우 세계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수하르토 하야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엔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중국 정부는 경쟁력 유지 차원에서 위안화의 평가절하 문제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일본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미국내에 투자한 채권을 회수할 경우 미국경제의 붕괴는 물론 세계경제에 일대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는 품질 디자인같은 가격 외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수출이 엔화 환율에 의해 좌우되는 ‘천수답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엔화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에 악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수출둔화의 의미다. 현재의 위기상황에서는 수출을 통한 외화가득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6개월 동안 수출이 경기침체의 골을 완화시켜 왔다. 이런 상황에서 엔화 환율의 상승이 우리 경제에 주는 충격은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이다.
여기에 엔화 환율이 올라가면 갈수록 일본 금융기관들이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출해준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외채의 약 30%를 차지하는 일본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우리 외환위기 극복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이다.
▼ 日 대출회수 가능성 높아 ▼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일본과의 공조체제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엔화 환율문제만 나오면 수출상품 고도화를 대응책으로 제시한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그런 문제를 논할 만큼 한가로운 때가 아니다. 일본과 우리나라가 공히 생존차원에서 양국간 협조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 독주의 국제질서가 더욱 굳어지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 미국의 견제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아시아 국가들이 더이상 지금의 국제질서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동안 논의돼온 ‘아태 G6’협의체나 아시아 단일통화 도입방안도 구체화시킬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대우경제연 국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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