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명동성당 축성 100주년

  • 입력 1998년 5월 27일 20시 14분


▼한국 천주교의 상징인 명동성당이 29일로 축성 1백주년을 맞는다. 프랑스인 코스트신부의 설계와 감독에 의해 고딕양식으로 세워진 명동성당은 우리나라 근대 서양식 건축의 대표작 중 하나로 국가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건축사적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굴곡 심한 한국 현대사를 명동의 윗자락 종현(鐘峴)에 우뚝 선 채 지켜보고 있는 명동성당은 건축사적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 ‘성지(聖地)’로 우리 시대 한국인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명동성당은 이곳에서 심령을 구원받은 수많은 신도들에게는 종교적 의미의 성지로 다가오겠지만 일반인의 가슴속에는 ‘민주화의 성지’로 더욱 크게 각인돼 있다. 종교적 양심과 국민적 민주화 열망의 집합지가 된 명동성당은 독재정권의 불의와 사회적 모순에 항거하는 구심점으로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정신적 지주와 같은 존재였다.

▼유신정권의 철권통치가 극에 달했던 76년 최초의 조직적 저항으로 평가되는 3·1명동성당사건을 비롯해 87년 6월 민주화 투쟁의 근거지도 명동성당이었기에 가능했다. 철거민들의 농성으로 집 잃은 서민들의 문제가 부각되고 최근에는 실직자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종교적 성지이자 민주화의 성지로서 한 민족의 역사에 깊이 동참한 이같은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종교사학자들의 지적이다.

▼이제 명동성당은 21세기와 함께 새로운 1백년을 항해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역시 29일로 서울대교구장 착좌 30주년을 맞는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은 이미 바티칸에 사표를 제출, 멀지 않아 새 선장을 맞아야 한다. 민주화의 성지로 자리매김받은명동성당은앞으로사랑이 실천되는 공간으로서 소외받는 이웃을 위한 더 큰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연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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