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기홍/버스안의 민심

  • 입력 1998년 5월 28일 19시 18분


정부의 주요 정책 발표 직후 버스나 택시를 타보면 승객들간에, 혹은 기사와 승객간에 오가는 푸념 섞인 토론을 자주 듣게 된다. 버스 전용차로를 지나 교차로 부근에서 꼼짝못하고 있던 버스 안에서 최근 우연히 듣게 된 민성(民聲)의 한 줄기.

“엄청 밀리네. 아침 신문 보니까 이제 그나마 버스전용차로도 출퇴근시간대(오전7∼8시, 오후6∼8시)로 축소한다던데. 아예 자가용 승용차 몰고 다니라고 정부가 강요하는구먼.”

“그래요. ‘시민불편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던데 도대체 버스 타는 사람은 시민 아닌가요. 만원버스가 꽉 막혀 서 있으면 그야말로 생지옥인걸 그 사람들이 알까요.”

“기름 아끼자고, 대중교통 이용하자고 하면서 정책은 정반대로 나가니.”

“그런 결정을 한 높은 양반들이 시내버스 한번 타봤겠어요?”

이에 앞서 4월 중순 50번 시내버스안. 라디오 뉴스에서 택지소유상한제 폐지 입법예고 소식을 듣던 운전기사와 승객 사이에 이런 얘기가 오갔다.

“이제 졸부들은 마음놓고 대저택을 지을 수 있겠구먼요.”

“그뿐입니까. 금융종합과세도 없어졌잖아요. IMF가 되니 돈많은 졸부들만 더 살판났어요.”

정부가 ‘선진국 수준에 안맞는 각종 규제를 풀고, 돈이 돌게 하기 위해’라고 설명하며 내놓은 일련의 정책들. 그러나 많은 시민은 이들 시책을 동떨어지게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 괴리감을 좁힐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기홍<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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