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판문점의 대화 복원

  • 입력 1998년 5월 28일 19시 18분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사이의 판문점 대화가 복원될 움직임이다. 기존 군사정전위의 존폐 여부나 수석대표문제 등 아직 해결 못한 논란거리도 있기는 하나 장성급 대화 재개 원칙에는 서로 합의가 이뤄진 모양이다.

마침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도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통해 입북할 예정으로 있다. 판문점이 남북한 대결의 장소가 아닌 대화와 평화의 장소가 되길 기대한다.

판문점이 오늘날처럼 남북한간의 냉랭한 대결 장소로 바뀐 것은 북한의 일방적인 군사정전위 철수 때문이다. 북한은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협상을 갖겠다는 일관된 전략에 따라 94년 40년 이상 존속해 온 군사정전위 기능을 하루아침에 마비시켰다.

이에 따라 한반도에는 정전체제 유지는 물론 돌발적인 군사 충돌을 조정할 장치마저 작동하지 않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년 동안의 남북적십자사나 당국자간 회담도 판문점을 제쳐 두고 베이징(北京) 등 외국에서 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판문점이 다시 남북한 접촉의 장(場)이 된다면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서 크게 다행한 일이다. 첨예한 군사적 대립상태에 있는 한반도에 군사대화 채널이 다시 열린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돌 예방의 효과를 갖는다.

우리는 과거 군사정전위의 그같은 순기능을 수없이 경험했다. 특히 판문점은 남북한 교류의 관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기에 따라서는 이산가족의 한을 푼 장소로도 역사에 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판문점 군사대화 복원에 나서는 의도가 우리의 기대와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북한이 취해온 태도를 보면 군사대화가 열리더라도 미국측 대표를 상대로 북―미(北―美)평화협정체결이나 주한미군철수문제를 거론할 것이 뻔하다.

판문점 군사대화가 그같이 북―미 일변도로 진행된다면 한반도의 안정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군사대화는 정전체제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실무문제를 논의하는 데 그쳐야 마땅하다. 한반도 평화체제문제는 91년의 남북한 기본합의서나 기존의 4자회담 틀 안에서 다루면 될 일이다.

그동안 북―미 장성급 접촉을 반대해 온 정부가 미군 장성이 수석인 유엔사와 북한군간의 군사대화 복원에 긍정적으로 나선 것은 대북(對北)정책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

그러나 판문점을 대화와 평화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때보다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 한미(韓美)간 이견때문에 조그만 틈이라도 생기면 판문점 군사대화는 북한에 역이용당하기 쉽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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