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특파원 시절 독일 공보처(프레세 암트)를 찾았을 때 미국계인 스미스 부인이 이렇게 조언했다.
독일은 사생활을 철저히 지켜주는 나라다. 남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음으로써 나의 사생활도 보호받는다는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를 생활화하고 있다.
독일에서 만난 기업인이나 공무원 등은 국적은 물론 나이 출신대학 결혼여부 등을 묻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도 이를 화두(話頭)로 삼지 않았다.
헬무트 콜 총리의 5연임 저지에 나선 야당의 총리 후보 게하르크 슈뢰더 니더작센주총리는 부인과 이혼하고 30대 여기자와 세번째 결혼했다. 홍일점 각료인 메르켈 환경부장관은 수년째 애인과 동거하고 있다. 독일 주요 언론들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일부 가두신문이 사진과 함께 간략하게 사실 보도만 했을 뿐이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여성 편력으로 세계의 핫 뉴스로 등장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뤘다.
일년 중 9개월 가까이 구름이 끼거나 비가 내리는 독일. 해가 뜬 날이면 누구에게나 “좋은 날씨”라는 인사말을 나눈다. 도로변 카페에선 선남선녀들이 선글라스를 끼고 가슴을 드러내고 햇빛을 즐긴다. 그 옆을 지나는 어느 누구도 노출된 가슴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일이 없다.
공무원인 로자 쿠어트는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남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한국인 관광객이 독일에 들르면 대부분 사우나를 찾는다. 독일 사우나는 특정 시간을 제외하고는 남녀 구분없이 함께 이용한다. 대부분의 한국인 관광객은 사우나에서 나체의 외국인을 빤히 쳐다보는 무례를 범한다. 문화적 차이에서 생긴 일이긴 하지만 상대방인 독일인들은 크게 당황한다.
〈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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