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달라.”
작년말 66만명에서 올 4월 1백43만명으로 늘어난 실업자의 절규다. 매일 6천명이 실업자 대열에 합류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한국노동교육원의 허찬영(許燦寧)부연구위원은 선진국의 재취업교육제도를 살피기 위해 한달반 동안 영국을 방문했다.
90년대 초까지 고실업에 시달리던 영국은 최근 실업률을 4%로 낮추는데 성공한 나라. 교육노동부 산하에 지역별로 실직자들의 재취업훈련을 담당하는 ‘훈련기업협의회’를 두고 있다.
특이한 것은 훈련기업협의회의 운영을 맡고있는 이사의 3분의2가 그 지역 기업의 최고경영진이라는 점. 교육과정은 당연히 기업의 요구대로 정해진다. 기업이 당장, 또는 1∼2년 후에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달초 방한했던 폴린 페리 영국 상원의원도 이 점을 자랑했다. “정부의 각종 직업교육 과정과 프로그램에 기업인이 참여합니다. 산업현장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지요. 프로그램의 사후 평가도 기업인들이 합니다.”
영국에는 실직자들을 기업에 보내 도제(徒弟)형식으로 3∼6개월 동안 해당기업에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재취업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때는 협의회와 기업관계자 실직자 등 3자가 만나 협정을 한다. 2주일 단위로 훈련성과를 점검해 실직자가 교육에 빠지는 등 협정 내용을 어길 경우 가차없이 지원을 중단한다. 물론 이 과정을 통과하면 해당기업이 채용하게 된다.
영국은 철저하게 실직자의 구직노력을 중시한다. 직장을 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실직자는 국가에서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 ‘실업보험 급부’라는 명칭을 96년에 ‘구직자 지원금’으로 바꾼 것도 그런 취지다.
직장을 소개받은뒤 정당한 이유없이 취직을 거부할 경우 정부 지원금도 뚝 끊긴다. 민간교육기관에 대한 정부 보조도 교육생 숫자가 아니라 교육후 취업자 숫자를 근거로 이뤄진다.
미국의 실직자 재취업교육에서 눈에 띄는 점은 실업상담 전문가를 제도적으로 육성한다는 것. 이들은 한달 정도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고 실직자들의 상담을 맡게 된다.
상담전문가는 실직자의 경력과 직업능력은 물론 친구관계 등까지 상세하게 파악해 최적의 재취업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교육중 사후관리도 담당한다.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선진국과 거리가 멀다. 수십년동안 실업문제를 놓고 고민한 나라들과 이제 막 실업문제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한국의 차이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정리해고를 당한 권모씨(33). 서울지방노동사무소의 권유로 컴퓨터디자인(CAD)교육을 받고 6개월만인 올 3월에 수료증을 받았으나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서울의 7개 노동사무소가 실시한 실업자 재취업 교육과정을 밟은 1백53명중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15명에 불과했다.
교육비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실업자재취업훈련과정은 현재 4백여곳에 설치돼 있다. 대학부설 교육원이 올들어 여기저기 생겨났고 민간기관에서도 교육과정을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보조금을 받기 위해 교육생 확보에 바쁠 뿐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하는 곳도 많다는 것을 정책 당국자도 시인한다.
“교육의 양적인 실적은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는 교육과정도 정비하고 재취업 실적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해 교육의 질을 높일 계획입니다. 향후 유망직종 전망을 토대로 교육내용도 바꾸고 교육기간도 2∼3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추진중입니다.”(노동부 유필우·柳弼祐 능력개발심의관)
또 재취업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상담전문가를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노동연구원 김재구(金載久)연구위원의 지적이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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