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일부 성급한 학부모의 요구와 사설 유치원 및 영어교재 출판사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우리말을 충분히 습득하지 못한 유치부 어린이에게까지 영어교육이 확대되고 있다.
필자는 미국에서 10년이상 영어를 공부하면서 영어 교수법을 연구, 많은 한인 2세와 1.5세들에게 지도해 왔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어렸을 때 가정에서 모국어를 많이 사용한 아이일수록 제2언어인 영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의 성취도 또한 높다.
필자는 ‘모국어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은 단계에서 제2언어(영어)를 배우는 것은 언어발달에 장애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지능개발에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언어학자 커민스 박사의 설에 동의한다. 이 학설은 우리말의 틀이 특정 단계까지 형성된 후에 제2언어를 습득해야 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론적 뒷받침이다.
성공적인 영어 습득은 ‘언제’ 실시하느냐 보다 ‘어떻게’ 공부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존의 우리 영어 교육은 문법을 지나치게 중요시하고 암기 위주로 영어를 가르치는 주입식 교육이었다. 언어교육학자 크래션박사의 언어습득이론에 의하면 인간은 언어를 습득할 때 그 언어의 구성요소(문법 어휘등)를 의식적으로 생각하면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문법이나 어휘에 얽매이지 않고 외부에서 오는 메시지를 이해 흡수함으로써 저절로 습득하는 것이다. 즉 맛좋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이해 흡수) 우리 인간의 몸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문법 어휘 읽기 쓰기 말하기 등)를 저절로 섭취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영어 습득을 위한 필수조건인 메시지를 이해하고 흡수하는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말 구사능력이 잘 발달되어 있어야 한다. 발달된 우리말 구사능력이야말로 제2언어(영어)구사능력의 기초가 된다.
강율(美Montclair 고등학교 글렌데일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