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朴正熙)정권이래 37년에 걸친 이른바 영남정권은 호남지역의 소외감을 극에 달하게 했다. 편중인사와 특정지역에 치우친 경제개발 등이 지역감정을 심화시킨 것이다. 게다가 87년 13대 대선부터는 3김씨의 지역대결 구도가 지역감정을 더욱 부채질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아마 오늘날만큼 지역감정이 기승을 부린 적은 역사상 없었을 것이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감정 조장발언이 다시 큰 논란을 빚고 있다. 한 부산시장 후보는 “부산사람이 광주시장을 할 수 없듯이 경상도 사람이 부산시장을 해야한다”고 TV토론에서 주장했다. 한 전남지사 후보는 정당연설회에서 “1천4백년만에 호남대통령을 만들어낸 저력을 바탕으로 전남이 개혁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도대체 정신이 제대로 박힌 후보들인지 모르겠다.
▼검찰은 지역감정 조장발언을 막기 위해 선거법상 ‘비방죄’로 처벌할 방침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처벌조항을 넣는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오죽 답답하면 그런 발상을 했겠는가. 그러나 지역감정은 법으로 다룰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처벌기준이 애매해 형평성 시비를 부르고 지역갈등을 더 악화시킬 우려가 많다. 공평인사 등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치유하는 게 바람직하다.
육정수<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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