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관리체제 이후 ‘유행’의 관점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단연 복고주의라고 할 만하다. 50, 60년대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을 반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널리 확산된 것이다. TV드라마 가요 연극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복고바람이 불고 있고, 의상에서도 ‘촌티’패션이 인기다. 사회 흐름의 첨단을 달리는 광고에서도 옛 디자인이나 광고문구를 이용하는 전략이 한창이다.
▼유행이란 어떤 형태로든 사회현상을 비쳐주는 거울이다.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린 경제성장의 신화와 암담한 현실이 과거를 돌아보게 했을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못살았던 시절을 돌아보며 ‘그래도 지금이 그때보다는 낫지 않으냐’ 또는 ‘우리는 지난날 이렇게 살았지 않았느냐’는 위안을 얻고 싶을지 모른다. 복고주의는 한편으로 현실도피의 정서를 반영하기도 한다. 과거와 추억의 공간이 일종의 피난처로 활용되는 것이다.
▼현재의 복고주의는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일시적 현상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유행이란 개개인의 행동양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그 함정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회상조에 매달리면 사회 전체적으로 활기와 생명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IMF 악몽을 훌훌 떨어버리고 강인한 도전정신으로 난국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과거로의 도피는 잠깐이면 충분하다.
홍찬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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