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방법은 전적으로 학생들의 선택. 일주일간 하루 한 가지씩 학습을 해도 되고 하루에 여섯 가지 학습을 몽땅 하고는 일주일간 이를 되풀이해도 된다. 담임선생님은 탁자를 돌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학습을 돕거나 질문에 답해주고 있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자유롭게 얘기를 나누며 공부할 수 있어 즐겁기만 하다. 각종 학습도구를 이용해 스스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학습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올 뿐만 아니라 재미도 있다.
활동시간뿐만 아니다. 이 학교의 모든 수업이 대개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공책필기같은 것은 아예 없다. 학습한 내용을 적은 별지나 작품을 각자의 파일에 넣어두면 된다. 때론 신문기사를 읽거나 사진을 보고 느낀 점을 적기도 하고 선생님이 정해준 주제에 따라 짧은 글짓기를 하기도 한다. 선생님은 이 ‘활동모음집’을 보고 개개인의 학업성과를 평가한다.
같은 시간, 4학년 교실. 30명의 학생이 두 개의 반으로 나뉘어 서예특별활동수업과 영어수업을 받고 있다. 서예반에서는 15명의 학생이 여섯 개의 탁자에 두세명씩 모여 앉아 어설픈 붓글씨 쓰기에 여념이 없다.
4학년 올라와 처음 배우기 시작한 서예라 아직도 붓잡는 것이 서툴다. 글씨가 제대로 써질리도 없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자연양(10)은 “손이 떨려 잘 쓰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집중되는 것 같고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영어반에서는 다른 15명의 4학년생이 비디오로 만화영화를 보거나 회화테이프를 이용해 영어를 배운다.
운현초등학교는 자타가 공인하는 열린교육의 대표적인 학교. 학년마다 한 학급씩만 있고 학급인원수도 30명에 불과하다. 우선 수업시간부터가 특이하다. 이 학교는 일반학교와는 달리 80분간 수업을 하고 30분간 휴식시간을 갖는다. 박정희(朴貞姬·44)교감은 “수업의 맥을 끊지 않고 휴식시간도 나름대로 교육적인 효과를 갖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습 방식과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독특하다. 전학년에 걸쳐 모든 수업이 소그룹 단위로 나뉘어 실시된다. 교과서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학교에서 사용하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교장 교감 교사가 함께 학교실정에 맞고 학생들이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학년별로 자체 제작했다. 쉽고도 흥미있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관련된 교과내용들을 모두 담은 일종의 통합교과서이다. 따라서 학년당 교과서는 한권뿐이다. 좀 두툼하기는 하지만. 국어 산수 등 시간에는 이 교과서의 해당 부분을 찾아내 수업한다.
정규수업 외에 특별활동으로 매주 수요일 오전 4학년은 서예, 5학년은 미술, 6학년은 컴퓨터를 공부한다.
전교생이 학기마다 한 차례씩 박물관이나 과학관 어린이도서관 열병합발전소 등을 방문하는 현장학습을 갖기도 한다. 좋은 영화나 연극의 단체관람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학생이 한 학기에 적어도 한 번씩 참여해 만드는 아침방송도 열린교육의 대표적 사례. 학생들이 주체가 돼 날씨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학교행사나 사적인 얘기들을 전하기도 한다. 또 학예회나 알뜰매장을 개최, 학부모들과 호흡을 같이하기도 한다.
교내에서 토끼 닭 오리 등을 기르거나 50여평의 텃밭에다 온갖 종류의 채소와 과일나무를 가꾸는 것도 살아있는 자연교육의 한 방법. 이영자(李映·54)교장은 “우리학교의 기본적인 교육목표는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고 개성과 창의성 사고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녕기자〉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