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나가 히카루(松永光)대장상은 최근 한국 및 동남아국가연합(ASEAN)재무장관과의 합동회의에서 “아시아 통화위기의 원인중 하나는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 달러화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의 구상은 미 달러 및 내년에 출범할 유럽단일화폐 유러와 함께 엔화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육성하겠다는 것. 일본은 우선 한국 동남아 등 이른바 ‘엔화 통화권’안에서 엔화결제 확대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기축통화 욕심을 낼 만하다.
엔화가 기축통화 기능을 분담할 경우 달러수요를 줄일 수 있으며 일본 기업의 환위험도 축소된다. 엔화에 대한 해외수요로 엔화가 평가절상되면서 엔화표시 자산을 대량보유하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의 재무구조도 개선된다. 화폐액면가치와 발행비용의 차이인 ‘세뇨리지’도 챙길 수 있다. 일본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도 93년부터 이른바 ‘자유원 계정’을 만들어 외국의 무역업체가 원화를 보유하면서 경상거래에서 원화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연간 원화결제금액은 1백억원에 그치고 있다.
기축통화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달러가 국제 결제통화로 쓰이는 것은 그만큼 신인도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위험도 ‘0’인 자산은 미 달러와 국채 뿐이다. 이 때문에 수출업자는 대금을 통화가치가 안정된 달러로 받고 싶어한다.
심지어 일본기업들도 작년 수출대금의 36%만 엔화로 받고 나머지는 달러로 받았다.
엔화의 국제화에 시간이 걸릴 것임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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