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마저 안된다면…

  • 입력 1998년 5월 31일 20시 40분


외환위기 극복과 경제회생의 유일한 돌파구라 할 수 있는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신장세가 눈에 띄게 위축되고 수출단가마저 큰 폭으로 떨어져 수출기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무역수지는 아직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수입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이 최근 수출증가율의 급격한 둔화다. 지난 1·4분기에 9.3%의 증가율을 보였던 수출은 4월 들어 작년 동월대비 6.6% 증가에 그쳤고 5월엔 3%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70%나 폭등했는데도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로까지 반전된 것은 충격적이다.

5월중 수출이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엔화 약세와 동남아시장 몰락 등의 수출환경 악화에다 무역금융 부진 등 수출지원 미흡, 노사관계 불안, 내수부진의 연쇄적 영향 등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앞으로 당분간 엔화 약세가 반전될 조짐이 없는 가운데 중국 위안(元)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도 커다란 불안요인이다.

이같은 수출환경 악화는 수출전략의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긴급수출점검회의를 갖고 40억달러에 이르는 무역지원금융을 앞당기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출업계가 당면한 가장 큰 애로는 무역금융 경색과 수출환어음 매입부진임을 감안할 때 수출입은행이 조달한 외화자금 20억달러를 수출입금융지원에, 가용외환보유고 20억달러를 원자재 수입에 배정키로 한 것은 무역금융의 숨통을 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수출기업을 돕기 위해 불황업종의 내수진작과 금리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것도 올바른 정책선택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원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하며 정책이 일선창구에서 제대로 먹혀들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내놓은 수출지원대책만도 10여가지가 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다 그같은 이유에서였다.

최근 수출동향에서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수출단가의 폭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잘 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수출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이 선진국쪽으로 옮겨가면서 품질 기술 등 비가격경쟁력이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또 지역별 시장통합화가 새로운 무역규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장기적인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수출제품의 구조 전환과 수출마케팅 능력의 제고가 필수적이다.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 현지화, 국제적 규범에의 대응, 잠재적 수출시장인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사이버시장에의 대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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