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허승호/할말없는 核강국

  • 입력 1998년 6월 1일 07시 29분


핵공격을 받아본 일본인들만이 핵공포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인류가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두려워하는 것도 핵전쟁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서남아시아의 두 앙숙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쟁적 핵실험이 지구촌에 핵공포를 다시 불러왔다.

미국의 정보탐색을 따돌린 채 5월에만 다섯차례 전격 핵실험을 한 인도는 “이제 우리도 핵강국으로 대우해달라”고 큰소리치고 있다.

인도에 맞서 5월 28일과 30일 잇따라 지하핵실험을 한 파키스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주장하며 기세등등하다.

미국 등 5대 핵강국은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제시해가며 두 나라를 견제해 봤지만 전혀 말이 먹히지 않았다.

사실 핵문제에 관한 한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영국의 기존 5대 핵강국은 별로 할 말이 없다.

이들은 68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이끌어내 다른 나라의 핵개발을 막으려 했고 96년에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출범시켜 다른 나라들의 핵개발을 원천봉쇄했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핵무기의 폐기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이 때문에 5대 핵강국의 ‘핵독점’과 ‘이중잣대’는 지구상에서 가장 심한 불공정거래행위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인도는 이같은 왜곡된 핵질서에 가장 완강히 저항해왔으며 파키스탄은 인접국의 핵개발에 맞서 안보차원에서 핵개발에 운명을 걸어왔다.

물론 두 나라의 ‘막가파’식 핵개발이 핵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고 더 큰 불행을 잉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핵무기 전면 폐기 외에는 길이 없어보이는 핵문제. 5대 핵강국은 이제 어찌할 것인가.

허승호<국제부>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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