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사이언스(17)]「로스트 인 스페이스」

  • 입력 1998년 6월 2일 19시 29분


올 여름 극장가엔 화려한 특수효과(SFX) 영화가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혜성 또는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해 일어나는 대파국을 그린 ‘딥 임팩트’와 ‘아마게돈’을 비롯해 50년대 일본의 괴물 영화를 리메이크한 ‘고질라’, 60년대의 미국 TV연속극을 다시 만든 ‘로스트 인 스페이스’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 중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과 시각효과로 시종일관 눈을 바쁘게 만드는 본격 우주여행 영화.

공상과학(SF)영화 중에서도 특히 과학기술적 묘사의 정밀성에 비중을 두는 작품을 ‘하드SF(Hard SF)’라고 한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엄밀하게 따져 하드SF라고 보기는 어렵더라도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를 유지하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광속여행을 시작하자 우주선 안의 사람들이 갑자기 정지상태가 되어 버리는 장면이다. 마치 투명한 얼음에 갇힌 것처럼 사람들이 허공에서 멈춰버린 것.

이 장면은 운동하고 있는 물체가 정지해 있는 물체보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운동속도가 빨라질수록 시간은 점점 더 느려지고 마침내 광속에 다다르면 시간이 정지하게 된다는 원리다.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서 이 이론은 이미 옳다는 것이 입증됐다. 매우 정밀한 시계를 두 개 준비해서 시간을 일치시킨 뒤 하나는 비행기에 실어 고속운동을 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지상에 그대로 둔 채 서로를 비교했던 것이다. 결과는 아주 미세한 차이이긴 했지만 비행기에 실린 시계가 더 늦게 가는 것으로 나왔다.

예전의 SF영화에서는 우주선이 광속으로 날아가도 시간이 정지한다는 식의 묘사를 접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우주선 내부에 있는 사람끼리는 시간이 느려진 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외부의 관찰자인 영화관객의 시각에서 보면 ‘로스트 인 스페이스’의 묘사가 정확하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이밖에 태양이 가스체라는 사실에 근거해 우주선이 태양을 관통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나름대로 과학적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만 하다.

박상준(SF해설가)cosmo@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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