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과 시각효과로 시종일관 눈을 바쁘게 만드는 본격 우주여행 영화.
공상과학(SF)영화 중에서도 특히 과학기술적 묘사의 정밀성에 비중을 두는 작품을 ‘하드SF(Hard SF)’라고 한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엄밀하게 따져 하드SF라고 보기는 어렵더라도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를 유지하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이 영화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광속여행을 시작하자 우주선 안의 사람들이 갑자기 정지상태가 되어 버리는 장면이다. 마치 투명한 얼음에 갇힌 것처럼 사람들이 허공에서 멈춰버린 것.
이 장면은 운동하고 있는 물체가 정지해 있는 물체보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운동속도가 빨라질수록 시간은 점점 더 느려지고 마침내 광속에 다다르면 시간이 정지하게 된다는 원리다.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서 이 이론은 이미 옳다는 것이 입증됐다. 매우 정밀한 시계를 두 개 준비해서 시간을 일치시킨 뒤 하나는 비행기에 실어 고속운동을 하게 하고 다른 하나는 지상에 그대로 둔 채 서로를 비교했던 것이다. 결과는 아주 미세한 차이이긴 했지만 비행기에 실린 시계가 더 늦게 가는 것으로 나왔다.
예전의 SF영화에서는 우주선이 광속으로 날아가도 시간이 정지한다는 식의 묘사를 접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우주선 내부에 있는 사람끼리는 시간이 느려진 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외부의 관찰자인 영화관객의 시각에서 보면 ‘로스트 인 스페이스’의 묘사가 정확하다.
‘로스트 인 스페이스’는 이밖에 태양이 가스체라는 사실에 근거해 우주선이 태양을 관통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나름대로 과학적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점수를 줄만 하다.
박상준(SF해설가)cosmo@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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