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태평천국의 문」,「톈안문」사건 다룬 다큐

  • 입력 1998년 6월 2일 19시 29분


수십년간 전횡을 일삼아온 독재자를 퇴진시킨 인도네시아의 봉기는 우리의 아픈 역사인 80년 광주 시민항쟁을 떠오르게 한다. 오버랩되는 또 하나의 장면은 89년 중국의 톈안(天安)문 사건.

13일 개봉될 ‘태평천국의 문’은 8년전 중국을 뒤흔들었던 톈안문 사건을 냉철한 시선으로 들여다본 3시간짜리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케이블TV Q채널이 주최한 서울다큐멘터리 영상제 개막작으로 초청됐지만 Q채널의 모기업인 삼성의 중국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상영이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 영화의 미덕은 ‘실패했으나 아름다웠던 혁명’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빠져들기 쉬운 감상적인 회고조와 단호히 결별했다는 점.

저항운동의 극적인 전개과정과 격렬한 분위기를 생동감있게 보여주면서도 저항세력안의 반목과 갈등, 영웅주의, 운동의 실패 원인 등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다. “악한 정부와 학생영웅의 흑백논리로 이 사건을 바라보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말한 미국감독 카르마 힌튼은 9개 방송국의 현장필름, 방대한 인터뷰 등 풍부한 자료의 뒷받침에 의해 자신의 의도를 성공적으로 실현해냈다.

중국은 이 영화가 해외영화제에 진출할 때마다 상영을 막기위해 필사적이었다. 중국정부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학살장면이 전세계에 공개되면서 쏟아질 비난뿐 아니라 눈물을 삼키며 항거의 의지를 다지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이 너무도 생생하기 때문 아닐까.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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