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이기고도 진 검찰

  • 입력 1998년 6월 3일 19시 43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씨 등 5·18주도자 ‘불기소’처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결국 인정되지 않았다. 2년반에 걸친 법정싸움에서 검찰이 이긴 셈이다. “불기소처분이 그르긴 하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불법행위’는 아니다”는 법원 판결문 결론만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러나 검찰이 좋아할 만한 일인가. ‘이기고도 졌다’는 편이 옳은 해석일 것 같다.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의 부적절성’보다 ‘5·18 불기소처분의 부당성’을 지적하는데 판결문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검찰이 ‘공소권 없음’이라며 손을 내저을 때 내세운 이유가 조목조목 비판되었다.

“5·18사건 관련자들의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국민의 정치적 판단과 결정을 사법적으로 번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범죄혐의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데도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잘못된 처분이다.”

판결문에는 따끔한 충고도 곁들여 있다. “고소고발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는 헌법정신에 저해되지 않고 불편부당한 공소권 행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깨뜨리지 않는 정당한 결정을 했어야 할 것이나….”

당시 불기소처분은 헌법정신, 법률적 해석이 무엇이고 간에 “역사에 맡겨야 한다”는 김영삼(金泳三)당시 대통령의 뜻만 좇은 결과였다. 정치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의 관성이라고나 할까. 그러다 뒤이은 김전대통령 한마디에 전,노씨 등을 모조리 토벌하다시피 했던 것이 바로 검찰이다.

기소는 ‘검사만이’(독점주의)‘마음대로’(편의주의) 할 수 있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그 전제는 검사가 권력 앞에 작아지고 보통사람 앞에 갑자기 커지는 신축자재한 존재가 아니라 일관성있는 ‘공익의 대변자’여야 한다는 것 아닐까.

부형권<사회부>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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