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완배/실직 유권자들의 票心

  • 입력 1998년 6월 4일 20시 24분


후보들의 열변은 이제 끝났다. 거리마다 허리를 굽히며 한표를 호소하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선거일인 4일. 직장을 잃은 수많은 ‘실직’유권자들의 발걸음은 투표장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치가 자신들을 구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 것 같았다.

4일 오전 서울 북부지방노동사무소에는 이날이 임시 공휴일임을 전혀 모르거나 의식하지 않는 듯 실직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들은 굳게 닫힌 사무소의 철문만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들 중 누구도 “투표하러 가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기자가 다가가 묻자 오히려 “투표는 해서 뭐 하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한 30대 실직자는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을 구제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판인데 지방선거에서 그런 것이 해결될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실직자들의 태도에는 단순한 정치무관심만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심한 불신같은 것이 엿보였다.

“나라가 이모양이 된 것도, 내가 이 꼴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인들 책임 아닙니까.”

“공공사업 하나 더 해 돈 몇 푼 쥐어주는 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당선자들 모두가 민심이 자신을 선택했다며 기뻐하기 전에 되씹어 봐야할 또다른 민심이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