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인 4일. 직장을 잃은 수많은 ‘실직’유권자들의 발걸음은 투표장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치가 자신들을 구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 것 같았다.
4일 오전 서울 북부지방노동사무소에는 이날이 임시 공휴일임을 전혀 모르거나 의식하지 않는 듯 실직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들은 굳게 닫힌 사무소의 철문만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떨구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들 중 누구도 “투표하러 가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기자가 다가가 묻자 오히려 “투표는 해서 뭐 하느냐”며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한 30대 실직자는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을 구제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판인데 지방선거에서 그런 것이 해결될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실직자들의 태도에는 단순한 정치무관심만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심한 불신같은 것이 엿보였다.
“나라가 이모양이 된 것도, 내가 이 꼴이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인들 책임 아닙니까.”
“공공사업 하나 더 해 돈 몇 푼 쥐어주는 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무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당선자들 모두가 민심이 자신을 선택했다며 기뻐하기 전에 되씹어 봐야할 또다른 민심이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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