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KBS1 「왕과 비」

  • 입력 1998년 6월 4일 21시 29분


조선조 역사가운데 수양대군과 인수대비의 극적인 삶만큼 자주 드라마로 다루어진 소재도 드물 것이다. KBS 1TV ‘용의 눈물’후속으로 6일부터 시작하는 ‘왕과 비’(토 일 밤 9·45)는 수도 없이 다루어진 수양대군과 인수대비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 드라마다.

음악과 드라마에서 해설을 맡은 성우의 목소리는 전작 ‘용의 눈물’과 똑같다. ‘용의 눈물’ 2탄 같다는 느낌은 이 뿐만 아니다.

수양대군은 왕위를 계승하는 적장자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사육신과 단종을 죽였다’는 비난에 시달리지만 조선왕조의 제도와 문물을 훌륭하게 정비한 군주로 일컬어지는 등 양면성을 지닌 인물이다.

이 이중성에서 어느 측면에 중점을 둘 것인가. 미리 시사회를 가진 ‘왕과 비’1회에서 드라마의 방향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세자에게 “누구도 믿지마라”고 충고하던 문종은 ‘수양 숙부는 믿어도 좋으냐’고 묻는 세자에게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어도 바람이 가만 두지 않는 법”이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던진다.

장차 자신을 죽일 수양대군에 대해 친아버지같은 친밀감을 갖고 있는 세자, 권력에 대한 야심보다 세자에 대한 애정과 인간적 고뇌가 깊어 보이는 수양대군….

그의 왕위찬탈은 권력욕때문이 아니라 왕실의 번영을 지키기 위해 온갖 슬픔과 비통을 감내하면서 치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복선이 들여다 보인다. 기본구도가 이방원의 권력투쟁을 미화한 ‘용의 눈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 정하연씨는 “권력찬탈을 합리화하거나 권력투쟁만을 묘사할 생각은 없다. 인간의 역사를 그릴 것”이라고 말한다.

‘왕과 비’는 초반부터 왕의 죽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투쟁을 세밀하게 묘사해 들어간다. 극적인 긴박감은 넘치지만 이후 전개될 이야기가 권력투쟁 묘사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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