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황소영/회사일로 참관수업 못가 미안하다

  • 입력 1998년 6월 4일 21시 29분


▼딸에게

우리 혜수가 오늘 어떤 모습으로 유치원에서 공부했을까. 회사에서 할머니를 통해 네 얘기를 들으며 상상해 보니 엄마 마음이 몹시 아프구나.

엄마와 학습하는 날에는 혜수의 손을 잡고 유치원에 가서 노래도 하고 공부도 같이 해야 하는데 다른 엄마들 처럼 그렇게 해주지 못하고…. 엄마손을 잡고 온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엄마를 미워했을까. 그리고 참다참다 울음을 터뜨렸다는 혜수의 모습을 생각하니 엄마로서 할 일을 다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무척 미안하구나.

아침엔 회사 출근하기 바빠서 자는 너의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퇴근해서는 집안일 하기 바빠서 너와 놀아줄 여유조차 없구나. 결근한번 조퇴한번 안하고 열심히 나름대로 사회생활에는 충실했는데 회사에서는 일등 사원일지 모르겠지만 혜수한테는 꼴찌엄마구나.

하지만 혜수야.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엄마는 혜수를 사랑한다. 단지 엄마는 사회일을 한가지 더 가졌을 뿐인데 엄마로서 너무 소홀했구나. 이제는 좀 더 시간을 내 엄마와 학습있는 날은 혜수 손잡고 유치원 꼭 갈께. 알았지.

황소영(인천 남구 용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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