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김병권/정권교체 선택한 헝가리국민

  • 입력 1998년 6월 4일 21시 29분


최근 헝가리는 89년 체제변혁 이후 세번째 총선이 실시돼 새정부 구성을 앞두고 있다. 선거 결과 94년 집권한 헝가리사회당이 야당인 헝가리시민당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이는 이곳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도좌파계인 헝가리사회당은 4년동안 집권하면서 정치 경제 외교면에서 막대한 치적을 남겼다.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를 대폭 줄여 82년 시작된 IMF 차관을 완전 상환했으며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이를 위해 유럽에서 가장 작은 정부를 구성했으며 막대한 국유재산을 단기간에 민영화해냄으로써 현재는 모든 거시경제지표가 안정되었다.

이러한 치적을 거둔 헝가리사회당이 왜 재집권에 실패하고 중도우파계인 헝가리시민당에게 정권을 물려주게 된 것일까. 헝가리 국민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 즉 유럽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인 56.6%도 한 원인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지난 4년동안 헝가리 국민들은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는 점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경제회복을 위한 극단조치로서 강력한 내핍정책을 추진하면서 헝가리 국민들은 15%에 이르는 실질가처분소득 감소를 감수해야 했다. 또한 사회불안 역시 날로 심각해져 국민들로 하여금 대체 정권을 찾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효율이나 거시경제지표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도 국민 개개인을 위한 최소한의 복지 증진은 절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보여준 선거라 하겠다.

김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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