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金대통령의 訪美

  • 입력 1998년 6월 5일 19시 30분


오늘부터 시작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8박9일 미국 국빈방문은 지금이 한미(韓美)관계의 새 틀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근 한반도 주변에는 경제 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의 기류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간 전통적 우호관계도 더욱 발전적으로 재정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대통령의 이번 방미(訪美)에 각별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바로 이같은 한미관계의 재정립 필요성 때문이다.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는 한미 양국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임에 틀림없다. 미국이 한국의 경제회생 노력을 적극 지원해주지 않으면 안될 이유는 자명하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한반도의 안보위기와 직결되며 그것은 곧 미국의 아시아 안보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김대통령은 한국의 경제위기와 미국 국익의 상관관계를 미국지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해 이 기회에 양국간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 국민이 한국의 경제회복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도 김대통령이 떠맡아야 할 이번 미국방문의 숙제다. 상당수 미국인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벗어나려는 한국인들의 노력을 아직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경제의 장래를 불투명하게 보고 투자를 꺼리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한국정부의 정책방향은 물론 국민의 위기극복 각오와 결의를 미국 국민에게 생생히 전해 그들이 대한(對韓)투자에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한반도 안보문제도 양국이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조율해야 할 현안이다. 정경분리 상호주의 햇볕론 등 한국정부의 대북(對北)정책 원칙과 방향은 확고하다. 북한이 호응을 하든 안하든 이제는 한국이 그같은 원칙과 방향에 따라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 서울포럼 등 한반도문제 전문단체들의 견해다. 그러자면 양국의 역할분담이나 공조문제는 재조정할 수밖에 없다.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한미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폭 넓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의 수혜자로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함께 동북아시아 전체의 안보유지 노력에 동참하고 있는 오늘이다. 한국은 이미 동북아시아 6개국 선언을 제의해 놓고 있다. 이 지역에서의 한미간 안보협력은 앞으로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될 것이다. 김대통령의 이번 미국방문이 이러한 동북아의 안보와 평화유지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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