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지역할거 「변화의 싹」

  • 입력 1998년 6월 5일 19시 41분


5일 오전 경남 창원의 한 식당. 개표현황을 지켜보느라 밤새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는 3,4명의 40대 중 한사람이 식사중 한마디했다.

“나라가 하나로 똘똘 뭉쳐도 힘든 판에 호남당과 영남당, 충청당이 제각각 놀고 있으니….”

이에 앞서 이날 새벽의 한 개표소. 방송 화면을 지켜보던 선관위 관계자 김모씨(47)가 “도대체 지금이 삼국시대냐”며 탄식했다.

화면에 비친 한반도 아랫부분 지도는 정당별 광역단체장 당선자에 따라 녹색과 파란색으로 표시해 여서야동(與西野東)구도가 뚜렷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분할구도가 재현됐다고 개탄했다. 국민회의는 호남, 자민련은 충청, 한나라당은 영남지역을 케이크 쪼개듯 나눠가져 옛날의 선거판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조그만 변화를 볼수 있었다.

물론 전체적인 구도는 지역할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바닥의 민심이 조금씩 변하는 분위기였다.

영남 호남 충청 등 여야 3당 텃밭의 응집력이 예전같지 않은것 같았다. 특정정당이 기초단체장까지 독식하던 데서 벗어나 다른 후보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여전한 지역분할구도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이 구도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함께 보여준 것이 이번 6·4지방선거다.

김상훈<6·4선거 특별취재반>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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