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金대통령 訪美와 한국의 진로

  • 입력 1998년 6월 5일 19시 41분


오늘 김대중대통령은 8박9일간의 미국방문길에 오른다. 건국이래 대통령 방미가 많이 있었으나 국빈방문은 95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한 미국인사는 김대통령의 금번 방미에 대해 미국 조야에는 마치 금의환향을 반기는 듯한 환영분위기가 있다고 전한다. 김대통령의 일정도 의욕에 넘치는 다양한 스케줄로 가득차 있다.

IMF사태 극복을 지상과제로 삼는 대통령이 경제에 무게를 두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조찬연설을 하는 것은 한국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 경제계도 그의 방미에 맞춰 한국에 대한 투자계획을 밝힌다는데, 그중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인 GE GM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이번 방미에는 미국 각계의 환영과 호의가 따르기 때문에 상당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 경제부처는 방미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대한투자유치설명반을 미국 대도시에 파견한다. 그러나 환영 분위기 속에서도 미국의 언론이나 업계는 우리의 개혁 노력을 엄밀하게 모니터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대통령은 방미중 19회의 연설을 예정하고 있으나 미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양원합동회의 연설은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 정부수반에게 제공되는 의례적 행사가 아니다.

김대통령의 방미 후 클린턴대통령은 곧 중국방문길에 오른다. 클린턴대통령의 방중은 미국이 중국을 고립화하기보다 미국의 대아시아태평양 전략 틀 속에 끌어안는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립과 긴장 대신 협조와 공조를 겨냥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므로 중국과 일의대수(一衣帶水) 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환영할 일이다.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은 통일후에도 한국이 계속 미국의 동맹국으로 남아있으면서 미국의 영향력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미군의 한국내 전진배치를 허용할 것인지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 조야에는 통한(統韓) 후 주한미군의 철수가 불가피할 경우 한국은 국민의 반일(反日)감정 등으로 인해 중국의 영향력 아래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퍼져 있다. 그러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한 미군기지 제공국이 될텐데 일본이 그러한 상황을 계속 용인할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 군사노선을 택할 것인지가 문제다. 그에 따라 미국은 대아시아태평양 전략에 극적 변화가 초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뉴욕의 외교평의회(CFR)가 ‘서울포럼’과 공동으로 한반도의 장래에 대한 연구결과를 양국 정부에 건의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21세기로 진입하는 역사적 시점에서 미국의회는 한국의 장래 진로에 대한 한국 국민의 생각을 김대통령을 통해 듣기를 기대할 것이다. 21세기는 냉전 후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주도하는 세기가 될 것이다. 우리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이 미국과의 견고한 동맹관계 유지 속에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여건에 비추어 분명하다. 우리는 이러한 기초 위에 주변세력과의 우호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대통령은 이밖에도 여러가지 공동관심사를 미국측과 논의할 것이다.

대북한 관여정책, 북한 핵문제, 일본 엔화문제, 아시아의 경제위기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번 방미가 21세기를 맞는 우리의 진로에 지표가 되고 한미 양국관계 발전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공로명<동국대석좌교수·전외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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