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는 자연자원이 갖는 경제적 기능만을 중시하고 그 가치를 평가해 왔다. 그러나 논밭과 같은 경지는 식량생산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지만 이보다도 더 중요한 환경의 보전 및 유지기능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형상 경사가 급하고 강수가 여름에 편중돼 있어 기상재해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 주로 홍수가 나는 여름철은 논농사 기간이므로 논에 물을 가두어 두면 논이 홍수조절댐 기능을 하게 된다.
농촌진흥청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논둑의 높이 27㎝를 기준으로 논면적 전체가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은 약36억t으로 춘천댐 저수량의 24배나 된다고 한다.
또한 논의 물은 소양강댐 저수량의 8배 정도인 1백57억t 정도를 지하수로 저장하여 부족한 물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벼를 비롯한 곡물이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연간 1천9백만t 흡수하고 연간 1천4백20만t의 산소를 대기중으로 방출하여 급격한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농업에서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면 국민총생산액을 초과하는 액수가 될 정도로 크며 더구나 농업 특히 논농사는 단순히 쌀을 생산한다는 식량생산의 의미를 넘어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측면에서 금전으로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정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약 산의 나무나 풀이 없어지면 비가 올때 흙탕물이 흘러 내리고 이 물이 하천을 통해 강에 유입되면 정수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그러나 산에 나무가 있음으로써 이와 같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산림은 홍수조절과 갈수완화 기능을 통해 수자원을 함양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나무는 잎의 기공을 통하여 대기중의 오염물질을 흡수하거나 가지나 수피의 표면에 오염물질을 흡착하여 대기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은행나무 양버즘나무 아카시아나무 가중나무 잣나무 등이 대기정화 기능이 높은것으로 알려져있다.
우리나라 산림에서 매년 흡수할 수 있는 아황산가스와 이산화질소의 양은 5만7천4백t과 2만8천1백t으로 발생량의 3.6%와 2.4%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에서 콘크리트 건물 아스팔트 등으로 인한 고온효과가 산림에 의해 완화될 수 있다. 도시의 녹지율이 1% 증가하면 온도가 0.145℃가 떨어진다고 한다.
최근 임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와 같은 산림자원이 가지는 공익적 기능 중 수원함양 대기정화 토사유출방지 산림휴양 수질정화 토사붕괴방지 야생동물보호 등 7가지 기능만을 평가하더라도 1995년 기준으로 그 가치가 연간 34조6천1백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산림이 가지는 소음완화 기후완화 방풍 생물종 보존 등의 환경가치나 문화 예술 교육 종교 등 계량화하기 어려운 문화가치를 포함하면 실로 산림자원이 지니는 가치는 무한히 크다 할 것이다.
북한에서는 식량생산을 위하여 산지를 과도하게 개간하고 난방 및 취사용 연료를 주로 임산자원에 의존한 결과 산림이 급속히 황폐화되었다. 여기에 여름철 집중 호우로 인하여 토사유출 및 홍수피해가 생기고 결국 심각한 식량위기를 맞아 북한체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농촌경제원의 연구에 의하면 현재 북한의 산림면적은 9백41만㏊로 추정되는데 인구가 밀집한 지역은 심하게 훼손되어 4백26만㏊ 이상의 산림황폐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32만∼37만㏊ 정도가 황폐화된 북한 농업의 복구에도 필요한 사방사업이 시급한 면적으로 분류될 수 있다.
지난 60, 70년대 국토녹화를 위한 대규모 사방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우리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의 황폐한 산림을 복구해 나가는 노력이 앞으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요한교수>
▼약력
△고려대 임학과 졸업 △미국콜로라도 주립대 대학원 졸업 △위스콘신대 산림생태학 박사학위 △미국 메인대 연구조교수 △고려대 산림자원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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