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김영삼(金泳三)정부 시절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정수사와 12·12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도주한 관련자도 가세하고 있다. 한국의 수사권이 미칠 수 없는 미국땅이 구세주였던 셈이다.
▼대표적 인물을 보면 12·12사건의 박희도(朴熙道) 장기오(張基梧),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비리 이석채(李錫采), 삼성반도체기술 대만유출 정형섭(鄭亨燮), 거액사기 임춘원(林春元), 율곡사업비리 권병호(權炳浩)씨 등이 있다.
이들의 도망자생활은 이제 경각(頃刻)에 달리게 된 것 같다. 워싱턴의 백악관에서 한미간에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비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군형법상 반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장전공수여단장의 경우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정치범이나 군법에 의해서만 처벌할 수 있는 범죄는 상대국이 인도를 거부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약은 의미가 크다. 우선 일반범죄의 경우 미국이 더이상 피난처가 될 수 없게 됐다. 또 하나 미국이 우리의 사법절차와 인권상황을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징표의 뜻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약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해외도피범이 없도록 철저한 사전예방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자면 신속한 수사착수와 출국금지조치, 공항 항만의 물샐틈 없는 출국자관리가 요체다.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측이 범인인도요청에 얼마나 성의 있게 응하느냐의 문제도 상당부분 우리의 노력에 달렸다.복잡한 인도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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