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마철 수해 대비해야

  • 입력 1998년 6월 13일 19시 40분


장마가 시작됐다. 예년보다 일주일 정도 빨리 찾아온 장마다. 기상청은 이번 장마가 기간도 길고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잦을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빈번할 것이란 이야기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장마철 물난리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자연재해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이 하기에 따라 그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장마철 수해로 평균 2백명 이상이 숨지고 5천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를 보고 있다. 이 중에는 사전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이른바 인재(人災)가 적지 않다. 이런 원시적 재해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데는 시민의 안전불감증도 문제지만 정부나 각 지자체의 소홀한 수방대책에 더 큰 원인이 있다.

다른 어떤 해보다 특히 올해는 수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작년말 외환위기 이후 건설회사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면서 공사가 중단된 대형 공사현장이 전국적으로 수백군데나 널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사현장들은 대개 기초공사 등으로 마구 파헤쳐진 채 방치되고 있어 폭우가 쏟아지면 어떤 대형사고가 날지 모를 지경이다. 특히 공사가 중단된 재개발사업이 많이 몰려 있는 수도권지역이 걱정이다. 지난번 서울지하철 7호선 침수사고도 있었지만 서울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지하공사현장들은 한번 수해가 났다 하면 피해가 엄청나다. 중단된 골프장 건설현장들도 대개 배수시설이 미비된 상태여서 적은 비에도 토사유출이나 산사태 등의 사고가 날 위험이 크다.

부도난 폐기물처리업체들이 쌓아놓은 정상처리되지 못한 산업폐기물도 문제다. 환경부 집계에 따르면 산업폐기물을 다량 배출하거나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는 업체들 중 5월초 현재 1천2백24개업체가 부도가 나 이 중 4백94개업체에 보관중인 6만여t의 폐기물이 대책없이 방치돼 있다. 장마철에 이들 방치된 산업폐기물때문에 심각한 토양오염과 지하수 및 하천오염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각 지자체는 지방선거다, 예산부족이다 해서 눈 앞에 닥친 장마대책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새로 뽑힌 지자체장들도 주로 인사와 예산만 챙길 뿐 수방대책에는 별관심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각 지자체들은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수방대책을 세우고 안전점검을 다시 실시하는 등 수해예방에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농어민이나 도시 각 가정에서도 수해에 대비해야 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판에 장마로 수해까지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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