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작은영웅」조용필

  • 입력 1998년 6월 13일 19시 40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시장에서 외국영화와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77%대 23%였다. 우리 영화가 명맥만 유지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에 비하면 음반 판매로 점유율이 판가름나는 대중음악시장은 우리 가요가 외국 팝송의 거센 도전을 선방(善防)하고 있는 편이다. 한국 가요 대 외국 팝송의 비율이 6대 4로 우리 가요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70년대만 해도 팝송 음반이 대중음악시장을 리드했으나 80년대 들어 역전현상이 벌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 가요가 팝송보다 사랑받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요관계자들은 열렬한 팬인 ‘오빠 부대’가 구성되면서 이들이 음반을 사게 된 것을 우선 지적한다. 또 우리 정서를 담아내는 데 외국어로 된 팝송보다 우리말로 된 가요가 유리하다는 점도 꼽는다.

▼그러나 가요의 주인공인 가수들이야말로 첫번째로 꼽아야 할 공로자들이다. 우리 가요사에는 숱한 스타들이 명멸하며 빛을 발해 왔지만 13일에 이어 14일 데뷔 30주년 기념공연을 갖는 조용필의 존재는 특별하다. ‘국민가수’ ‘오빠부대 형성의 원조’ ‘첫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가수’ 등 그를 수식하는 말들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한 세대를 관통하며 주류 대중음악을 이끌어 온 우리 시대의 ‘작은 영웅’이기 때문이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창밖의 여자’ ‘친구여’ 등 조용필의 노래는 영화처럼 팝송에 유린될 처지였던 우리의 대중음악을 지켜낸 버팀목이었다. 작곡자로서 록 발라드 힙합 등 세계의 대중음악을 받아들여 우리 정서에 맞게 풀어내는 능력을 보노라면 그가 타고난 예술인임을 실감케 된다. 혼신을 다해 부르는 그의 노래가 요즘 힘겹게 지내는 국민에게 큰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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