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짱이니? 짱아 너 왜 그러니? 응?
잠에서 깨어난 미자언니가 상체를 일으키며 물었다. 나는 여전히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미자언니는 내가 떨어뜨린 담배를 주워서, 제가 피워 물고는 어깨까지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노란 고무줄로 고쳐 묶고 나서 딱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쯧쯧, 짱아 울지말아, 가엾은 것… 봉순이 그게 미친년이지. 병식이 그 건달같은 작자를 따라갔다믄 눈에 불을 보듯 뻔한 일이야. 증말루 다이어라두 가지구 갔다므는 다행이겠지만….
그러자 갑자기 혹시 미자언니에게는 봉순이 언니가 연락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자언니네 집에도 전화가 있으니, 만일 연락이 될 수 있다면 말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반지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언니가 도둑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미자언니는 내가 바라보는 빤한 시선을 느끼자 대청에 철석 주저 앉으며 흰 연기를 후후 뿜으며 중얼거렸다.
―어째 그렇게 남자를 모르까, 갸가 말이야. 어째 그렇게 쉽게 마음을 주고 어째 그렇게 쉽게 사람을 믿는지. 봉순이 갸가 말이야, 보니께 지내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던데
반지 일은 그 쯤으로 마무리 되는 듯했다. 어머니는 그날 밤 언니와 오빠를 공부방으로 돌려보내고 아버지와 마주 앉아 있었다. 나는 아버지 무릎에서 까무룩히 잠이 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참외를 깎으며 여보 봉순이가, 라고 말을 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혹시나 엄마가 봉순이 언니를 다시 데려올 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내 안에서 고개를 들었던 것이다. 이제 다 밝혀졌으니, 모든 것은 오해였고, 실수였고 그랬으니까, 미경이 언니에 의해서 달걀 지푸라기에 쌓여있던 진실이 이제 드러났으니까,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나는 그후로도 오랫동안 그랬듯, 또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반지가 나왔지 뭐에요.
―그러길래 잘 찾아보고 애를 잡든가 해야지. 그래두 봉순이가 어디 남이야?
―글쎄 그것두 그렇지만 그 맹추같은 것이 지가 잘못이 없으면 없다고 끝까지 그러면 될 걸 가지구 왜 도망을 가냔 말이예요 가길…
<글: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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