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고순자/고마운 유치원 선생님

  • 입력 1998년 6월 15일 07시 09분


늦게 결혼한데다 딸 둘을 낳고 아들을 보아서 그런지 너무도 귀엽고 예뻤다. 그런데 여섯살이 되도록 몸집은 초등학교 1학년처럼 컸지만 행동과 마음은 늘 아기였다.

지난 3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도 노심초사였다. 사월 오월이 다가도록 엄마손을 놓지 않았다. 아침에 등원할 때면 엄마가 따라가야 했고 1시간씩 함께 유치원에서 놀다가 몰래 빠져 나오곤 했다. 저러다가 퇴원 당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무엇보다 다행스러운건 선생님의 따뜻한 보살핌이었다. 엄마를 떨어질 때마다 울고불고 하는 아이를 엄마처럼 안아주고 달래주던 유치원 선생님이 너무 고마웠다. 그러던 며칠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동성이 어머니. 바쁘시지 않으면 유치원 좀 오실 수 있으세요. 동성이가 그만….” 부리나케 유치원을 들어서니 아들 녀석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낯선 홑바지를 입고 웃고 서 있는 것이다.

“엄마. 나 응가했어. 선생님이 엉덩이 닦아줬어.” 아이의 엉덩이에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처럼 온기가 남아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유치원을 나섰다. 선생님의 고마움을 다시한번 느낀다.

고순자(경기 가평군 외서면 청평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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