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드컵 개최도시 줄이자

  • 입력 1998년 6월 15일 19시 53분


프랑스 월드컵의 축구 열기가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2002년 월드컵의 국내 개최도시 숫자를 줄이는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월드컵은 4년 앞으로 다가온 2002년 월드컵 준비에 본보기가 되기 때문에 대회 운영을 주의깊게 살피고 우리 현실과 결부시켜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개최도시 축소론은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해 개최도시를 당초 10개에서 6개로 줄이자는 것이다. 프랑스 월드컵은 현재 10개 도시에서 치러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일 공동개최로 경기가 절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10개 도시 개최는 낭비라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한 축구장에서 5,6차례 경기가 열리는 반면 우리는 2,3차례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개최도시 숫자를 줄여 월드컵을 경제적으로 치르자는 주장에 우리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아직 불투명하지만 남북한 분산개최가 성사된다면 경기장 숫자는 더더구나 많을 필요가 없다. 주최측인 국제축구연맹(FIFA)이 당초 우리에게 요구했던 사항은 4만명 이상을 수용하는 6∼10개의 구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를 근거로 개최도시를 몇개라도 줄이면 경비가 크게 절약된다.

대회가 끝난 뒤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거액의 유지비를 부담해야 한다.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유지비가 연간 11억원이나 든다. 대회 이후 활용방안도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월드컵 두세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한 경기장에 1천억원 이상의 신축비와 만만치 않은 유지비를 들이는 것은 말 그대로 과잉투자다. 물론 이 문제가 여당 의도대로 현실화될 경우 마찰과 갈등을 부를 소지가 많다. 개최도시에서 제외되는 도시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약속 위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0개 도시에서 경기를 갖는 것으로 알고 개최를 승인한 FIFA나 국제사회로부터도 약속 불이행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개최도시에서 재원조달 문제로 경기장 건설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축소론은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밀실에서 다루거나 정치논리를 개입시켜서는 안된다. 만약 이 방안이 정책으로 확정되면 각 도시의 재정형편이나 지역여건을 감안해 투명하게 결정해야 잡음을 줄일 수 있다. FIFA에 대해서도 충분히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월드컵 준비는 미진하기 짝이 없다. 개최도시 축소는 경제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으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번 상암구장 문제처럼 또 시간을 끈다면 월드컵 개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신중하면서도 빠른 결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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