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현실적 과제가 된 만큼 보다 합리적인 개편방안이 무엇인지를 모색해야 할 때다.
그런데 여권에서는 지역연합론과 개혁연합론을 놓고 어느 것이 보다 효과적인 빅딜 전략인지를 저울질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들 중 어느 것을 택하든 현재의 추진 양식대로라면 결코 정치적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게 되어 있다.
우선 지역연합론은 지역 기반을 달리하는 정파간의 연대를 통해 이 나라 정치의 가장 큰 숙제중 하나인 지역주의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 정략적 결탁 위험높아 ▼
그런데 지역주의가 문제인 것은 정치과정에 있어서 대외적 배타성과 대내적 독점성을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당연히 이 두가지 차원을 모두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외적 배타성은 특정 지역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생각되는 정치인이나 정당만을 지지하고 그 외의 지역은 배척한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특정 지역을 대변하는 정파들이 모여서 연대하는 경우 적어도 그 연대에 참여하는 지역 내부에 있어서만큼은 정치적 소외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연대에서 제외된 지역에 대해서는 오히려 보다 더 심한 정치적 소외를 낳게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지역연합의 파트너가 자유롭게 교체되고 재구성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어느 지역이나 정파에도 지역연합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정파간의 연대 세력 교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권력구조는 대통령 중심제가 아니라 내각책임제다. 그런 만큼 지역연합론이 지역주의의 대외적 배타성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대안으로서 정당성을 갖게 되는 것은 오로지 내각책임제를 전제로 할 때뿐이다.
반면에 대내적 독점성은 지역내부의 정치적 기회를 지역감정에 편승한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이 독점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의 지역연합론은 이런 대내적 독점성에서 비롯되는 지역 유권자의 선택권 제약이나 정치과정의 부패와 권력적 오만에 대해서는 전혀 속수무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연합론이 정치적 설득력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특정지역내에서의 정파간 경쟁이 보장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호남지역에는 국민회의 외에도 호남의 지역적 정서를 대변하는 다른 지역당이 생겨나도록 하고 영남지역에는 한나라당 외에도 영남의 정서에 토대를 둔 지역당이 구축될 수 있도록 정치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바로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채 지역연합을 추진한다면 원내 다수세력 확보만을 위한 정략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런 사정은 개혁연합론의 경우에도 같다.
개혁연합론은 현재의 정파들이 온갖 정치적 배경이나 정책적 정향성을 지닌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정체성 부족에 시달린다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정향성을 지닌 인사끼리 헤쳐 모여 정파간의 정체성을 차별화하자는 것이다.
그런 축의 하나로 여당이 현재 한나라당에 속해 있는 일부 인사들을 흡수해서 개혁정당을 형성해 보자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개혁세력간 연대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개혁정당이 지향하는 정치적 이념은 무엇이며 또 구체적인 정책 프로그램은 무엇인지가 먼저 밝혀져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단지 개혁세력임을 스스로 표방하는 인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정략적 결탁이라고 밖에는 달리 말하기가 어렵게 된다.
▼ 정치개혁 차원 논의를 ▼
이럴 경우 정치권 빅딜에 대한 사회적 승인이나 정치적인 설득력이 취약하게 될 것은 물론이다.
그런 만큼 정치권 빅딜은 단지 원내 다수 의석 확보를 겨냥한 당략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접근할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안목과 시야를 가지고 이 나라 정치의 한계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대안의 모색 차원에서 구상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만 정치권 빅딜의 논리적 토대가 마련되고 설득력 있는 전략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계 개편의 문제는 여당의 시각이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위한 정치개혁의 차원에서 논의되고 추진되어야 비로소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는 의미다.
박재창(숙명여대 교수·의회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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