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가 시작된 뒤 의사의 실직이 심각해지자 ‘신랑감’으로서의 의사에 대한 선망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K병원 레지던트 4년차와의 결혼을 앞둔 직장인 L씨(여·27)는 “대학에 자리가 없는 박사처럼 실업의(失業醫)도 ‘빛만 좋은 살구’”라며 “내년에 결혼하면 내가 생계를 책임져야 할 형편”이라며 한숨.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문의의 취업률은 30%. 서울대의대의 한 교수는 “지난 해에는 전문의인 무급 조교가 5명이었지만 올해는 1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운좋게 개인병원에 취직한 전문의도 월급이 1백만원선. 월 수백만원을 벌던 1, 2년전과는 천양지차(天壤之差).
과외공부까지 시켜 두 자녀를 의대에 보냈다는 서울 W병원장은 “아이들이 10년이 넘는 의대 공부를 마치고 나와 실업자가 될 것을 생각하니 기가 막힌다”고.
의사 취직난은 병원이 경영상태 악화로 의사채용을 줄였기 때문. 대한병원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전국 병원의 도산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 증가. 고금리로 개업도 여의치 않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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