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대기업 빅딜을 포함한 기업구조조정에 정부가 적극 개입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동안 김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국정운영의 지표로 내세웠다. 개혁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자율이라는 원칙에 충실하려 애쓴 것으로 이해한다. 그 결과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일부 경제주체들은 이를 적당히 비켜가려는 도덕적 해이현상까지 드러낸 게 사실이다. 외환위기의 한 고비를 넘겼으면서도 대외신인도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시장경제시스템이 정상적이라면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은 대폭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이 붕괴되다시피 한 상태다. 또 단순한 구조조정만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 경제체질 개선과 산업구조 전반을 뜯어고치는 개혁을 겨냥하고 있다. 이같은 엄청난 개혁과제를 전적으로 시장과 민간자율에 맡길 수는 없다. 자율에 맡겨서 잘 된다면 몰라도 그렇게 안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금 시점에서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는 것은 개혁의 성공 여부가 속도에 달렸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국면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김대통령이 졸속으로라도 경제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나친 말을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국민경제의 사활적 과제인 구조조정을 기업과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해내지 못한다면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이를 지원 독려 감독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관련 부처는 개혁을 위해 정작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한 채 설익은 정책을 쏟아내 혼선을 빚어왔다. 그 결과 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한 회의가 생겨나고 정책의 신뢰성마저 떨어뜨렸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과 감독권 행사에는 투명성과 더불어 한계가 분명해야 한다. 자율원칙의 대전제 자체를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훼손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언뜻 모순인 것 같은 이 두가지 측면을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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