찡그린 얼굴로 김명옥씨가 부장앞에 불려왔다.
“아, 이거말야. 시킨대로 안하고 왜 이렇게 해놨지?” “그건 언니가 작성한건데요.” “그래? 그럼 큰 미스김 빨리 오라고 해!”
“명대리, 조합의 윤전무와 오늘 전화하고 보기로 했는데 피하는 것 같아. 여사원이 전화를 받아 계속 안계시다는 거야.” 명대리는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아! 양정희씨? 저 용남실업 명대리입니다. 전무님 계십니까?” “어머나! 제 이름을 어떻게 알고 계시죠?” “지난 번에 알려 주셨죠. 옛 대통령 이름과 같아서 쉽게 기억했습니다.” “전무님이 아무한테나 얘기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5시쯤 돌아오십니다.”
명대리는 부장에게 보고. “피하는 게 아니고 5시쯤 사무실에 계신답니다.” “내친김에 외교통상부 조국장하고 점심약속 좀 만들어줄래?” “알았습니다.” “비서실이죠? 박영미씨?” “맞습니다만 어떻게 제 이름을…?” “이름이 멋있어서 메모해 놨죠. 꽃부리 영자, 아름다울 미자, 아름다운 꽃부리!” 통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금요일 12시 전까지 들어오시랍니다.”
양대리는 목요일 아침 생일날 김명옥씨로부터 꽃 한송이와 축하카드를 받았다. 카드에는 “명건수 대리님, 항상 ‘김명옥씨’라고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조직내 남녀평등은 쉽고 단순한 것으로부터 실현된다. 상대의 풀네임을 불러주는 게 그를 귀하게 여기는 방법이다.
김원규(퍼스널석세스아카데미·PSA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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