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정미/고시준비 뒷바라지 못해 속상해요

  • 입력 1998년 6월 23일 19시 46분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 다리도 제대로 펴지 못할 만큼 비좁은 고시원 한 귀퉁이. 며칠 안남은 시험을 준비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을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쩌다 안부전화를 하는 당신에게 뭐라 힘이 될만한 말을 해야지 하고 생각은 하지만 그것이 도리어 당신을 부담스럽게 하지나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에 아이들 얘기며 집안 얘기 등 일상적인 대화로 끝을 맺습니다.

하지만 여보. 우리는 서로가 말은 안해도 너무도 잘 알고 있어요. 수화기를 놓으면 나는 안타까움에 목이 메이고 당신도 뜨거운 눈물을 훔치며 고시원으로 발을 돌린다는 것을….

개천에서 용나던 시대는 지났는데 뒷받침도 넉넉하게 해주지 못하면서 막연하게 좋은 결과만 기대하는 저는 아직도 철이 없는가 봅니다.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우리나라 최고 대학에 너끈하게 들어갔듯이 사법시험 2차에서도 당당하게 합격할 것으로 믿어요. 이미 중견 법조인으로 자리잡은 친구들에 비하면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대기만성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당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세요. 하늘의 뜻이니까요.

김정미(경기 안산시 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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