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4백여개 업체가 북한교역에 나섰지만 경험 부족과 남북한 대립이라는 정치논리에 밀려 생존한 곳은 불과 20개사뿐이다.
지금까지 8백만달러어치의 북한물품을 수입 판매해온 ㈜효원물산의 김영일사장(56). 이 회사는 실향민에게 북한 흙을 나눠주는가 하면 ‘송화가루’를 판매해 유명해졌다.
3년 전부터 흑자로 전환, 어엿한 ‘북한사업통’인 그는 한민족물자교류협회장을 맡고 있다.
“정회장의 방북으로 북한경협이 전성기를 맞게 돼 기쁘다”는 김사장은 “북한사업은 칼날 위에서 하는 장사”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사장은 “경협 1세대인 중소기업들의 숱한 시행착오와 노력이 없었다면 북한 당국이 남북경협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흑금성’사건이 터지자 주위에서 색안경을 끼고 볼 정도로 북한 교역은 남북한 모두에 ‘찬밥 신세’였다는 것. 다른 나라와 달리 북한은 수입하는 물건을 거의 볼 수 없고 선적도 멋대로 늦기 일쑤. 게다가 물건을 겨우 수입하면 세관에서 통관을 몇 개월씩 미루는 바람에 대다수 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인다는 게 그의 설명.
홍콩무역을 하다가 북한교역에 나섰던 ㈜시피코국제교역 노정호사장(34). 그는 중국석유총공사와 함께 나진 선봉지구의 철조망 설치사업을 따낸 인물. 덕분에 실향민이나 몇몇 북한 관련 단체가 찾아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처음엔 북한사람들이 ‘박스’‘컨테이너’ 같은 외래어조차 몰라 애를 먹었다”는 노사장은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대북사업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대북교역업체 모임인 한민족물자교류협회(02―563―3871)는 9월 북한교역 희망업체를 위해 남북경협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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