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밀레니엄 인재교육

  • 입력 1998년 6월 24일 19시 28분


미국의 밀레니엄 사업에는 초 중 고교의 예술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새로운 천년을 기념하는 사업과 예술교육은 별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여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등의 예술행위는 청소년의 창의력 함양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새 천년을 맞아 향후 세계의 주도권 경쟁이 인재양성에 달려 있다고 보고 교육의 초점을 창의력 배양에 맞추겠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다른 선진국에서도 요즘 교육문제를 거론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창의력’이다. 학교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던 시대는 끝난 것이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토론식 수업을 통해 학생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는 능력을 길러주거나 실험 관찰 체험 위주의 수업이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웃 일본이 초 중 고교 수업의 30%를 줄이는 등 2002년부터 교과과정에 대수술을 가하겠다고 나선 것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본 교육계는 보수적인 풍토에 주입식교육 입시지옥 등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이런 일본이 토론이나 실험 실습 위주로 진행하는 ‘종합적 학습시간’을 신설하는 등 서구식 창의력 교육으로 전환을 꾀한 것은 혁명적 발상이다.

▼창의력이 교육의 최대 목표로 떠오른 것은 어느 나라든 평범한 인재로는 미래 사회에 살아남기 힘들다는 예측에 근거하고 있다. 일본의 교과과정 개혁은 세계적 추세는 물론 최근 아시아의 위기까지 반영한 느낌이다. 국가적 위기를 맞은 우리 교육은 어떨까. 학교는 입시기계를 양산하는 데 급급하고 변화의 조짐은 감지되지 않는다. 우리의 미래가 더욱 어둡게 느껴진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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